부부로서의 긴 세월에 서먹해져 버린 창욱과 그의 아내 다정. 어느 날 창욱은 다정의 암 투병 소식을 알고, 병간호를 시작하며 요리에 도전한다. 첫 메뉴 잡채에 열을 올리지만 마음처럼 따라와 주지 않는 맛에 고민하는데. 그때, 특별한 재료가 눈에 띈다.
입맛을 잃었던 다정이 5년 전 제주도 여행에서 먹었던 돔베국수가 먹고 싶다고 한다. 제주도 바다의 눈부신 오후를 재현하기 위해, 창욱은 들어본 적도 없는 국수의 기원부터 쫓기 시작한다.
다정은 아들 재호에게 숨겨온 자신의 병을 고백한다. 한편, 인문학 수강생들에게 굴비를 선물 받은 창욱은 손수 가족들을 위해 보리 굴비를 만들며 외친다. '굴비 하자!'
시간이 흘러 12월 31일. 출판사 대표인 다정은 오랫동안 비워둔 회사를 방문하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한다. 창욱도 동행길에 오른다. 한편 재호는 여자친구 여진의 대학 불합격 소식을 듣고 익숙지 않은 위로로 상처를 주게 된다.
집으로 가던 다정은 문득 수목장 장지로 향한다. 자신도 이렇게 흔적만 남게 되는 걸까?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친구를 만나 카페에서 초콜릿 무스 케이크을 한 귀퉁이 맛본다. 달달하다. 아직은 달달한 생이 좋다.
탕수육이 먹고 싶다는 다정을 위해 창욱은 웍을 사고 비법 레시피를 전수 받는다. 이왕 제대로 만들자니 재료, 반죽, 소스 모두 품이 들어 정작 튀기는 날은 차일피일 미뤄진다. 다정은 창욱의 탕수육을 맛볼 수 있을까.
다정을 위한 과일 주스를 준비하는 창욱. 망고, 토마토, 양배추 가릴 것 없이 정성스럽게 준비하지만, 의사는 갑작스레 다정의 금식을 선언한다.
시술 후 다정이 방귀를 뀌기만을 기다린 창욱과 재호. 며칠 만에 나온 다정의 방귀에 희망 한 줄기가 보이고, 바싹 구운 대패삼겹살을 먹고 싶다는 다정을 위해 부자는 몰래 옥상 캠핑을 준비한다.
아픈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도 살아야 하는 보통의 삶이 있는 법. 병간호의 무게를 나누어지기 위해서 외국에 살던 다정의 여동생이 한국으로 돌아오고, 다정은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창욱은 자신의 차를 팔아달라는 다정의 성화에 못 이겨 중고차를 팔러 나선다. 갑자기 해삼탕을 먹고싶다는 다정의 연락을 받은 창욱은 자동차를 딜러에게 맡기고 부랴부랴 마트로 향하는데, 해삼탕 재료를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지난번에 먹지 못한 창욱의 과일주스를 맛본 다정. 몇 번이고 섬유질을 걸러내 물처럼 투명한 주스지만, 행복하기만 하다. 깊은 밤, 마주 누운 창욱과 다정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대화를 나눈다.
창욱은 강연을 위해 떠난 제주도 길을 걷고 또 걷는다. 이젠 자신을 위한 밥 한 끼 요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아내의 레시피대로 김치밥을 만들던 창욱은 생각한다. '이러라고 그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