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런 우리의 욕망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각종 대행업체들이 생겨났고 그 한가운데 감정을 대신해주는 '감정 대행' 업체까지 나타났다. 너무 바빠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감정을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감정대행업체는 효도를 대신하고 이별을 대신하고, 사과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러다 미래에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하나 더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내 얼굴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내 기억을 이식한 채 나를 대신해 사과하고, 효도하며, 이별을 한다면 더 이상 내가 필요 없어지지 않을까. 대신하는 감정과 기억이 진짜가 된다면 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아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어쩌면 생겨날지 모르는 대리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온전히 내 것이었던 기억과 감정을 다른 사람이 대신하는 순간 나 자신을 잃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말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