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누구에게나, 무슨 수를 써도 비켜 갈수 없는 어떤 순간이 있다. 되돌아 갈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그런, 거짓말 같은 우리의 삶을 통째로 닮은 그런 순간이, 있다. 사제가 되는 길에서 중도 이탈한 뒤 대리운전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영정. 어느 날 뜬금없이 평양으로 가자는 할아버지를 만나 곤욕을 치른다. 그리고 그날 밤, 신학교 동기이자 이제는 어엿한 한 성당의 신부님이 된 준영과의 술자리가 파한 뒤, 의문의 여자 소원과 갑작스럽게 합석을 하게 된다. 짧은 통성명과 거하게 취한 후의 말들이 몇 번 오간 뒤,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는 영정과 소원. 그 후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영정의 삶에 작은 변화가 찾아온다. 성당 주일학교 교사, 국악과에 다니는 생기발랄하고 평범한 여대생... 그런 소원에게 조금씩 관심이 생길 때쯤, 영정은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또 다시 평양으로 가자고 고집을 부리는 할아버지를 태우고 대리운전을 하던 도중 작은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잊고 싶었던 영정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