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5일, 국민청원에 올라온 한 사연. 자신을 부산에 사는 산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무리한 유도분만으로 열 달 내내 품고 있던 아기를 잃었고, 의료진이 차트를 조작해 과실을 숨기려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동의 20만 명을 넘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먼저 떠나보낸 아기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PD수첩>을 찾았다. “의사가 해야 한다니까 그게 아기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죠, 너무 의사 말을 믿었다.” 결혼한 지 3년 만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첫 딸을 가진 부부. ‘조이엘’ 작은 보석이라는 뜻의 이름도 지었고,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잘 자랐다. 그리고 지난 6월 22일. 출산 예정일보다 약 2주 앞당겨 유도분만에 들어갔다. 평소 허리디스크가 있던 이엘이 엄마는 제왕절개를 원했지만, 자연분만이 가능하다는 의사 권유대로 수술이 아닌 분만을 택했다. 아기의 체중도 머리 크기도 정상이라는 의사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태어난 지 4시간 만에 이엘이는 하늘의 별이 됐다. 머리는 이미 분만됐으나 어깨가 엄마 골반에 걸려 나오지 못하는 ‘견갑난산’ 때문. 병원 분만 경과 기록지에 따르면 아기의 머리만 나와 있던 시간 6분. 급히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지만 4시간 뒤 사망했다. 과연 그날 분만실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의료감정서에 자궁파열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잘못이 없다고 나왔어요.” 해당 병원과 의료분쟁을 겪고 있다는 이윤희(가명) 씨. 2018년 11월 8일 새벽,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던 윤희(가명) 씨는 해당 병원을 찾았다. 빠른 전원 조치가 필요했지만 의료진은 보호자부터 찾았고, 1시간 뒤 친정엄마가 온 뒤에야 전원 됐다.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대학병원에 도착한 지 2분 만에 심정지가 왔고 뱃속에 있던 20주 된 딸은 사망했다. 부부는 전원이 지연됐던 1시간에 의료적 과실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해당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상과 의료법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나, 지난 7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무혐의의 근거는 의료감정.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은 과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 전문 감정을 의뢰한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수사기관이 의뢰한 감정의 경우, 감정위원 모두 의료인으로 구성. 결과적으로 의료인의 시선에서 감정 결과가 정리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환자 안전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 의료사고의 재발을 막고 환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는 없는 걸까? 지난 2010년, 백혈병 치료를 받던 중 투약 오류로 숨진 故 정종현 군 사건을 계기로 2015년에 환자안전법이 제정됐다. 환자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국가에 보고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 하지만 환자안전법상 보고 책임은 의료기관 자율에 맡겨져 있는 상황. 해당 병원에서 발생한 두 의료사고 또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는데!